디지몬 전력 60분, 7월 18일, 12주차, 주제 「키무라 코이치木村 輝一(선우윤)」「화환」
그날 이후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두려워졌다. 계단 가까이만 가도 다리가 떨리고 마음이 불안해졌다. 난간이라도 잡지 않으면 제대로 한걸음도 내딛지 못할 정도로, 계단은 내게 점점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었다.
그 때 나를 바라보고 있던 눈들이 생각났다.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그런 모습들을 바라보았다. 죽지 않았구나. 이제까지 겪었던 게 모두 사실이였구나. 생각하면서, 미안하다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모두 돌아가고 몇시간 안 되서 어머니가 병실로 급하게 달려왔다. 괜찮은지, 다친 곳 없는지 물어보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며칠간은 병원에 있어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은 말했다. 거의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고, 기적이였다는 말을 덧붙이며... 다행이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눈물이 참을 수 없이 흘러 나왔다. 조금 진정이 됐을 때,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 오늘, 조금은 놀라운 일을 겪었어요. 어떤 일? 어머니가 말했다. 동생을... 만났어요. 코지를요.
어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 힘든 일에 몸이 점점 안 좋아지시더니 며칠 전 갑자기 쓰러지셨다. 괜찮다고는 말씀하시긴 했지만 한눈에 봐도 많이 아파 보였다. 어쩌면 몇달은 병원에서 보내야 될지도 몰랐다. 너무도 걱정이 생겨, 매일 학교가 끝나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가 밤새 자리를 지켰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견딜 수 없이 괴로웠다.
편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코지는 먼저 편지를 보내왔다. 그저 안부를 묻는 편지였지만 그것만큼 소중했던 것도 없었다. 혹시나 들킬까, 답장을 하지 못하고 그저 받기만 하다가, 이번에는 답장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만 나도 모르게, 답장 말미에 어머니가 편찮으시다고 써버렸다. 알면 안 될 것 같아서, 보내지 않을려고 했지만, 얼떨결에 보내버리고 말았다. 그게 벌써 며칠 전이였다.
오늘은 그저 여느때와 다름이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 병실까지 계단을 올라야만 하긴 했지만, 그런 적이 몇번 있었기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병실에 들어섰을 때 어머니는 깨어있었다. 머리에는 무언가를 쓴 채, 열심히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어머니, 그게 뭔가요? 나는 말했다. 화환이야. 어머니는 머리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아까 전에 코지가 왔다 갔어. 가기 전에 화환을 주고 갔어. 어머니는 웃으면서 말했다. 병원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밝게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코지가 다녀왔다고... 어쩌면 조금만 일찍 왔다면 만날 수 있었을 것이다. 언제 만날 지 모르는데, 그 기회를 놓쳐버렸다. 어머니, 언제 왔다 갔어요? 나는 말했다. 몇 분 전에. 어머니가 말했다. 몇 분 전에 갔으면, 올라올 때 분명 만났을 것인데... 이 건물에 계단이 2개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지금 달려간다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잠시만 밖에 다녀올게요. 말하면서, 나는 뛰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났기에 계단으로 가야만 했다. 전에 느꼈던 두려움도 잊은 채 그저 내려갔다. 지금 놓쳐버린다면 만나지 못할까봐, 발걸음은 더 빨라졌다. 계단 밑으로 1층이 보였다. 어쩌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
...
...
...
흐렸다. 예전과 같은 느낌이였다. 또 발을 헛딛은 것일까. 급하게 내려올 때부터 예상했어야 했다. 다시 굴러떨어졌다. 그때처럼 다시 잠겨들고 있었다. 괜찮냐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옆으로 쏠린 시야에 막 문을 나서려다 이쪽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그 모습이 코지이기를, 전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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