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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14일.

7월에 열렸던 타이치른 노래합작에 제출했던 글입니다.

합작공개가 예정보다 늦어져 8월 18일에 공개가 되었습니다.

사소한 오류가 있습니다만 너그럽게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합작 주소: http://rona1224.wix.com/taichi







*
 또 비구나. 생각이 차오를 때면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비라도 맞으면 좀 씻겨져 내려가지는 않을까 내심 기대하면서, 그렇게 생각에 잠기지만 오히려 더 쌓이기만 했다. 무언가가 더 심각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서 가슴이 메었다.
 모든 것이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아닌 걸 잘 알면서도. 친구들, 후배들,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이 곁에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무언가가 흩어지는 느낌은 가시지 않았다. 점점 더 멀어져 주위에 아무도 없는, 혼자가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어느 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떠나가 버릴 거라면, 내가 어떻게 하든지 간에 달라지는 것이 없지 않을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게 되지 않을까.
 기운이 빠진다. 괜한 생각, 그저 쓸 때 없는 걱정인 것을 알면서도 밀려오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이 비처럼, 그저 흘러가게 둘 뿐이였다.

*
  머리가 복잡했다. 너무도 무거워서 무너져 버릴 것 같았다. 어지러운 생각들이 먹구름 같이 밀려와 머리 속을 가득 누르고 있었다. 하늘도 먹구름에 덮혀 잔뜩 흐렸다. 언젠가부터, 먹구름이 끼는 날이면 마음이 복잡해졌다.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였을까. 다시 머리속이 복잡해진다.
 어쩌면, 다시 타이치 상을 보게 될까봐, 비에 젖어서, 어두운 표정을 하고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될까봐 그런지도 모른다. 그런 모습을 몇번이나, 같은 장소에서 보았다. 공원 그네에 앉아서 상념에 빠져 있는 모습을. 그럴 때마다 다가가지 못하고 멀리서 보고만 있었던 나는, 만약 지금 비가 내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울 하나가 얼굴에 떨어진다. 비가 내리는 구나. 다시 그곳에 간다면, 타이치 상을 보게 될 것이다. 오늘은 갈 것이다. 그 앞에 서서 물어볼 것이다. 어쩌면 오늘이 아니면, 영원히 다다가지 못할 것 같았다. 그 어두운 두 눈을... 난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내가 그 얼굴에 덮인 먹구름을 털어낼 수 있을까. 그렇게 한다면 타이치 상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나아지지는 않을까......

*
 "타이치 상."
 "어, 다이스케."
다이스케는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네에 앉아 있는 타이치 상은 그 어느 것 보다도 무겁게 보였다. 비에 젖어 잔뜩 내려앉은 머리가 얼굴을 덮어서 그 표정을 알 수가 없었다. 타이치 상은 얼굴을 쓸어올렸다. 그리고, 웃는 표정으로 가볍게 말했다.
 "좀 이상하지."
 "아니요, 전혀요."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멀리서 보기만 했던, 그 모습과 똑같았다. 그렇게 태연하게, 밝은 목소리로 말하는 게 너무 싫었다. 무언가 그 속에서는 뭔가 엉켜버렸으면서.
 "예전부터 봤어요.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에요?"
 "그냥, 생각 좀 하고 있었어."
 "무슨 생각이요."
  "...맞춰 봐."
 이런 상황에서까지 타이치 상은 장난을 치고 있었다. 평소 같았다면 아무렇지도 않았겠지만, 지금은 억지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 같았다. 또 생각해야만 했다. 무엇 때문에 괴로워 하는지 고민해야 했다. 차라리 그냥 알려주었으면 좋았을텐데... 괴롭게 그 이유를 알아맞춰야 한다.
 "힘드신 거죠. 쓸 때 없는 것 때문에요."
 ......
 "그냥 서 있는 것 자체가 버거운 거죠."
 ......
 "위로가 필요한 거, 아닌가요?"
 ......
 침묵이 두려웠다. 아무런 표정없이, 타이치 상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젖은 머리가 얼굴을 가릴 때마다 계속 머리를 넘기면서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맞아, 네 말."
 타이치 상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면 말이라도 하지 그랬어요!"
 갑자기 울화가 치밀었다. 정말로 위로가 필요했던 거라면 그렇게 혼자서 비를 맞기만 했을까. 다른 누군가에게 털어놓지도 못한 걸까.
 "한마디라도 하지 그랬어요...... 힘들다고, 괴롭다고 말하지 그랬어요. 적어도—"
 목이 메어서 말이 막혔다. 적어도...? 누구에게 먼저 말했을까. 아무도 생각나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에 위로를 구한다면—
 "...적어도 저에게는 했어야죠!"
 그 사람이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타이치 상은 눈을 감고 있었다. 내 마음은 쏟아졌고 타이치 상은 골똘해졌다. 내가 괜한 말을 꺼낸 걸까. 위로는 못 할 망정 오히려 화만 내버렸다.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게 아니였는데... 또다시 거친 말투로 말해버렸다. 깊게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그 틈을 타 나는 어떤 말을 해야 할 지 머리 속을 헤집고 있었다.
 타이치 상이 눈을 떴다. 아까와는 다르게 맑은 표정으로, 일어나 말했다.
 "너까지 괴롭게 할 수는 없잖아. 굳이 너에게 넘겨줄 필요는 없으니까."
 "그런 건 충분히 견딜 수 있어요. 타이치 상이 짊어지고 있는 것이 아무리 무겁다고 해도 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어요. 그러니까 혼자서 그럴 필요는 없어요. 다만...... 다만, 피하려고만 하지 말아주세요. 예전에 타이치 상이 제게 격려해 줬던 것처럼, 저도 타이치 상이 힘들 때..... 힘들 때......"
 더이상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울고 있었다. 눈물이 비에 섞여 미지근하게 볼을 타내리고 있었다. 엉엉거리는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빗소리에 묻혀 들리게 되지 않기를 바랐다. 참을 수 없이 눈물이 밀려와서, 제대로 타이치 상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타이치 상이 옆을 쳐다 보았다. 거기에는 우산 하나가 펼쳐진 채 널부러져 있었다. 고장나서 버려진 것은 아닐 것이다. 아니, 어쩌면 접을 수 없어서 버려진 것일지도 모른다. 타이치 상은 그 우산을 주워서 내게 다가왔다.
 "써. 비 맞으면 안 되지."
 "아니요... 오히려 타이치 상이 맞으면 안 되죠. 저는 충분히 맞아도 돼요."
 "아니, 그런 뜻이 아니야."
 "그럼..."
 "너 울고 있잖아.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울고 있잖아."
 타이치 상이 껴안는 것을 느낀다.
 "나 때문에 울 필요는 없어."
 나는 그 어깨에 파묻혀 소리내어 울고 있었다. 타이치 상은 내 등을 토닥이면서 울지 말라고, 계속 말하고 있었다. 괴로웠다. 위로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오히려 위로받고 있었다. 내가 타이치 상을 위로할 수는 없는 걸까. 어쩌면 그런 존재가 될 수는 없는 걸까.
갑자기 무겁게 내려앉았다. 몸이 내 쪽으로 기운 것 같았다. 타이치 상은 나 어깨 가까이 얼굴을 파묻고 말했다.
 "잠시만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나는 가만히 있었다.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나는 기댄 몸을 끌어 안고 그대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내가 내는 소리도 아니였고 빗소리도 아니였다. 나는 순간, 순간 타이치 상이 울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소리는 확실히 우는 소리였다. 어깨에서 뜨거운 느낌이 났다. 정말로, 정말로 울고 있는 것였다.
 "울지 말아요" 라고 말했지만 멈췄던 눈물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서로 울지 말라고 얘기했지만 어느 누구도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타이치 상은 소리없이, 나는 크게 소리내어 울고 있었다. 그렇게 울고 있었는지라 비가 더 거세게 내리는 것을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
"비 많이 오네" 타이치 상은 잔뜩 메인 목소리로 말했다.
 발 밑에 떨어진 우산이 보였다. 어쩌면 우산이 필요없게 되는 때는, 비 맞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때는 해가 뜰 때가 아닐까...
 "그냥 내버려 둬요. 다 내리고 나면 해가 뜰 거니까요."
  이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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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금강포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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