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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무슨 용건이 있어서 다이스케 군네 집에 찾아왔지만 막상 집에 들어왔을 때 그 용건이 무엇이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오기 전에 미리 전화까지 해서 무엇무엇 때문에 찾아간다고 얘기까지 했건만, 나도 그도 모두 잊어버린 듯 했다.
"참, 뭐 때문에 온다고 했었지?"
"......까먹었어."
"에? 네가 까먹으면 어떡해?"
"뭐, 좀 지나면 기억나겠지. 어차피, 까먹는 거는 다이스케 군이 전문이니까."
"하! 자기도 까먹었으면서."
"너한테 옮아서 그런 거 같은데."
남의 집에 와서 그렇게 하는 건 좀 실례지만, 다이스케 군한테는, 더 놀리고 싶은 게 사실이였다.
"아무리 그래도 방에만 있으라는 건 좀 심한 거 아니야?"
"용건이 있는 건 너라고. 생각날 때까지는 말이야."
"아까 놀린 것 때문에 그러는 거야?"
다이스케 군은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항상 이런 식으로 삐진다니까. 정말로 기억이 안난다. 조금 기분을 풀어보려고 시도를 해보지만 고개조차 움직이지 않는다. 미안하다고 몇번을 말했는데, 정말 단단히 삐진 건가. 생각해 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
......
......
기억이 날 리가 없지.
시침이 2번 정도 움직인 것 같았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다이스케 군도 재미를 붙인 건지는 몰라도 옆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거나 불러놓고 모른 척하는 등 약올리려는 갖가지 행동은 다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피식 웃는 얼굴은 이미 세상을 다 얻은 얼굴이였다. 그렇게 놀리고 싶었던 걸까. 하긴... 내가 놀렸던 건 셀 수가 없으니까. 그러다가 내 등에 기대서 편한 듯 기대서 무언가를 열심히 두드리고 있었다.
"다이스케 군, 이 정도면 이제 충분하지 않아?"
"글쎄? 아직도 생각 안 난거야?"
"정말로... 하나도 기억이 안 나."
"근데, 나가지 말라고 해서 정말 안 나가는 거야?"
"......"
"너는 내가 나가지 말라고 안 나갈 사람이 아니니까. 사실 계속 있으면서도 좀 이상하더라고."
"뭐가 이상한 데?"
"네가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리가 없잖아."
이상했다. 정말로 내가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던 적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그가 내 말을 그대로 믿었지만. 정말로 다이스케 군에게 옮은 걸까. 그렇게 되면 내가 이곳에 온 이유를 까먹은 것도 설명이 될 것 같았다.
근데, 다이스케 군이 내 등에 기대서 두드리고 있는 건 무엇일까. 소리가 나오는 것을 보면 게임기 같다.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게임이다. 근데 저것이 무슨 게임이였더라. 몬스터를 데리고 다니고 사천왕이 있는... 설마 그건가.
"다이스케 군, 그 거... 이름에 '디지털' 대신 다른 게 붙는 것 같은데."
"맞아. 해본 적 있어?"
"아니, 이름만 들어봤어."
내가 처음 그 게임을 처음 알았던 게 아마 모험이 끝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일 것이다.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대화가 제대로 안 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몬스터를 포획하고 서로 교환하고 그런 게임으로 기억난다. 그 때 나는 그 이름에서 디지몬을, 파타몬을 연상했는지는 몰라도 그 게임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없었다.
그때 다이스케 군도 그 게임을 하고 있었을까. 3년 뒤 그와 같이 할 때에도 어렴풋이 그걸 하고 있는 것을 봤던 게 기억난다. 아마 그때는, 파트너와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은 참 환상적이고 매력적인 것이였으니까. 다이스케 군도 그런 모험을 꿈꾸었을 것이다.
"보니까 거의 막바지인 것 같은데?"
"응, 이거 깨고 마지막 챔피언만 깨면 되. 여기까지 깨는데 한 달이나 걸렸다고..."
주인공 이름은 다이스케고 메인 몬스터 이름은 브이몬이라... 호크몬이랑 텐토몬 같은 이름들도 보였다. 다이스케 군다운 작명센스였다. 이제 챔피언이라고 했나. 근데 챔피언의 이름이 좀 익숙하다. 타... 케... 루?
"다이스케 군, 저 이름은 뭐야?"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진짜로 게임 마지막 상대의 이름이 내 이름일리는 없으니까. 설마 다이스케 군이 직접 지은 건 아니겠지.
"정말로 내 이름으로 지은 거야?"
"에... 처음 시작할 때 이름을 적으라고 해서 그냥 쓴 건데... 근데 왜 웃는 거야?"
"아니... 처음에 지은 거면 그거 라이벌 이름 아니야?"
"아마 그런 것 같은데?"
"그러면... 지금까지 나를 라이벌로 여긴 거야?"
"아니, 아니야! 내가 진짜로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잖아!"
"하지만... 정말 그렇게 밖에 생각나지 않—"
웃음이 멈추지 않아서 제대로 말할 수 조차 없었다. 모험의 주인공 다이스케가 챔피언이 된 라이벌 타케루랑 마지막에서 결판을 낸다니... 정말 웃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간신히 웃음을 참아가면서 말했다.
"이제... 다이스케 님께서 타케루 군을 이기면 되는 건가요?"
"그런 식으로 놀리지 마, 타케루. 지금 정말 진지하다고. 그렇게 방해를 하면—... 아, 또 졌어!"
"또 졌다니. 그러면 지금까지 몇 번을 진 거야?"
다이스케 군은 손가락을 편다. 7번. 7번이나 '다이스케'는 '타케루'를 이기지 못했다. 리셋을 누르는 그의 표정은 착잡했다.
"괜히 네 이름으로 지은 걸까."
"딱히 내 이름으로 지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뚱한 표정의 다이스케 군은 평소와 별 다를 바가 없었다.
"다이스케 군."
"왜, 또."
"장담할게. 지금부터 리셋 3번 안에 무조건 이긴다고."
"......"
칫, 하고 다이스케는 다시 게임기를 든다. 나는 여전히 그와 등을 맞대고 있었다. 어깨 넘어로 넘어오는 소리는, 아직도 챔피언 '타케루' 군을 이기지 못한 것 같았다. 내 이름을 가진 챔피언. 이제는 좀 져도 되지 않을까. 혹시 몰라. 다이스케 군이 기분이 좋아져서 날 내보내줄지.
내 간절함이 게임에 닿았는 지는 몰라도 승리를 알리는 배경음악과 함께 다이스케 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네 말이 많네, 타케루. 3번 만에 깼어."
"헤... 드디어 타케루 군을 이긴 거야, 다이스케 군?"
"그렇게 말하니까 뭔가 이상한데."
그렇게 퉁명스럽게 말하긴 했지만, 얼굴에 미소를 짓고 조용히 올라가는 글씨를 보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랐다. 내가 다이스케 군을 찾은 이유를. 2시간 전에 떠올랐다면 더 좋았을텐데.
"아, 다이스케 군."
"?"
"이제야 생각났네."
"드디어 생각난 거야? 뭔데?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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