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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kil Rigning

 아, 비가 내리고 있다. 전보다 더 세차게 내리는 것 같았다. 분주하게 학교를 나서는 아이들은 우산을 펴거나, 옷가지로 머리를 가리고 뛰어가거나, 부모님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새삼스럽게, 그런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야 당연히, 오늘은 처음으로 우산이 없는 날이니까.
 언젠가부터였는지는 몰라도, 내 사물함 안에는 언제나 우산이 들어 있었다. 습관적으로, 비가 온 다음날이면 꼭 우산을 집어넣었다. 어쩌면 비에 젖기도 싫었고 굳이 우산 때문에 누군가를 부르는 것도 싫었기 때문에, 어차피, 내가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그럴 여유조차 없으니까, 그렇게 했었는지도 모른다. 아마 며칠 전의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랬다면, 이렇게 서 있을 일도 없을테니까.
 건물 밖으로 나서는 문 앞에 있다. 천장 아래에서 물줄기가 떨어진다. 가만히 보고 있다가, 집에 가야한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다. 어이, 부르는 소리. 다이스케 군. 어쩌면 오늘은 같이 비를 맞으며 걸어갈 지도. 다이스케 군은 항상 우산을 챙기지 않아서, 언제나 허겁지겁 뛰어와 옆으로 살며시 기어들어 왔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그 반대가 될 것 같다.
 "에... 우산 안 가지고 온 거야?"
 "뭐, 그렇게 됐어, 다이스케 군."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있는 다이스케 군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우산을 들고 있는 걸 본 적이 없으니. 반대의 경우도, 빈손인 나도 다이스케 군에게는 조금 다르게 보일 것이다. 그걸 느꼈는지는 몰라도 다이스케 군은 살짝 처진 목소리로 말한다.
 "...뭔가 오늘은 반대가 된 것 같네."
 "네가 우산 들고 있는 거... 처음 보네"
 "너도 말이야. 네가 우산 없는 것도."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빗소리가 커진다. 아까 전보다 더 거세게, 더 세차게 내린다. 이제는 폭포처럼 변한 물줄기가 천장에서 투투툭하고 내려온다.
 "야... 참 많이도 온다."
 다이스케 군은 놀란 투로 말한다. 어쩌면 올해 들어서 가장 많이 내리는 비인지도 모른다. 아니, 이렇게까지 내리는 비는 처음 본다. 저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는 모른다. 어렸을 때 봤던, 하늘에서 흘리는 눈물이 내리는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오늘은 참았던 울분을 다 토해내는 것 같았다. 그 비에 맞는다면 마음이 울적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다, 그가 말한다.
 "타케루, 내 우산 쓰고 갈래?"
 "그럼... 너는?"
 "나야 뭐... 항상 맞고 다녔는데 뭐."
평소에, 내가 우산이 있고 그가 우산이 없을 때는 그냥 웃으면서 지나쳤었다. 조금은 그를 놀리면서. 그 뚱한 표정을 보면서 웃었던 게 기억난다. 하지만 지금 다이스케 군은 뭐라고 말한 걸까. 자기 우산을 쓰고 가라고 말하는 걸까.
 "아니, 그러지 않아도 되."
 "괜찮아. 이런 적이 한두번은 아니잖아."
 "하지만... 이렇게 많이 내리는데?"
 "까짓꺼 맞으면 되지. 사실 비 맞는 거 좋아하니까."
 그가 그렇게까지 하면서 우산을 넘기려고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무슨 의도가 있을까.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무언가가 없었다. 그의 의도는 순수했고, 진실처럼 들렸다.
 한참을 고민하는 듯 고개를 숙이다가, 그가 말한다.
 "그러면... 같이 쓰자. 네가 들고 있어."
 그러면서 내 손에 우산을 넘겨준다. 그리고 갑자기 어깨동무를 하면서 말한다.
 "이렇게 하면 좀 안 맞겠지?"
 "꼭 그런 건 아닐 거야, 다이스케 군."
 "그런가?"
 그러면서 그가 웃는다. 그의 웃음은 굉장히 깨끗하다. 그런 웃음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리고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 웃음을 보는 것도 처음이다. 조금은 기분이 이상하긴 하지만, 그 웃음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근데 다이스케 군, 정말로 비 맞는 거 좋아하는 거야?"
 "사실 옷이 젖는 건 좀 싫지만, 그래도 비를 맞으면 시원하잖아."
 "그래서 항상 우산 쓸 때 나를 옆으로 미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야. 그냥 어쩌다보니..."
 "알아, 나도 가끔식 널 미는 걸?"
 "헤... 그런거였어?"
 사실 그와 우산을 쓸 때 그를 밀지는 않았다. 항상 그가 옆으로 쏠려서 내 한 쪽 어깨를 다 젖게 했다. 집에서 그 젖은 어깨를 보면서 속으로 그를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어깨가 젖는 것은 똑같았지만, 그 젖는 느낌이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잔뜩 팔을 두른 다이스케 군의 밝은 얼굴처럼,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느낌이였다. 조금은 특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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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금강포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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