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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다이타케 합작 '그날의 우리'

http://moment0710.tistory.com/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고 다시, 처음 한 글자를 띄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용기가 필요하다. 시작이 거의 전부니까, 첫 문장을 시작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이어나갈 수 있으리라. 그 시작이 죽을 만큼 어려울 뿐.

 그 새, 그렇게 시작을 걱정하던 동안, 어느새 1년 동안 연재를 끝낸 건 기적이었다. 붕뜬 기억을 잡아내고 다시 맞추어가면서 보낸 시간은 제법 좋았고,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가는 것도, 그런 이야기들을 천천히 대조해보는 것도 꽤나 즐거웠다. 짤막했던, 따로따로 떨어져 있던 서로의 시선들이, 잊힌 무언가가, 다시금 살아나는 기분이다. 조금씩 나쁜 기억들도 익숙해지고, 모두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

 잠깐의 안정. 맞춰나갈 이야기들은 많으니 또다시 그 어려운 시작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조금의 간격을 지나서, 첫 모험을 끝낸 어린아이에서 조금 자랐을 때 이야기가 다음이겠지. 3년 뒤, 오다이바로 전학 온 첫날에 다이스케 군을 보았던 것부터 시작해야 할 거다. 여름캠프 때 눈이 왔던 것처럼, 조금도 예상치 못했던 시작.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었던 1년. 그 날들을 잘 풀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근데, 이상하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구체적인 형상은 사라진 채 희미한 느낌들만 머리를 맴돌았다. 어느 거리를 지나는 실루엣같이, 스쳐 가 어렴풋이 잔상을 남긴다. 눈을 감고, 천천히 실루엣을 따라 달려가 붙잡고 나면, 여러가지 기억들과 사건들, 그런 것들이 모습을 나타낸다. 그때 적었던 일기들을 보면서, 하나하나 퍼즐을 짜맞춘다. 그러고 나면, 빈자리가 몇개씩은 생기기 마련이다. 아직 다 맞추지도 않았지만, 빠진 조각들은 귀퉁이들이어서, 한눈에 봐도 티가 났다. 그런 빈자리들은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었고, 언제나 도움이 필요했다. 뭐, 어찌 보면 나보다 더 많이 기억하고, 많이 겪었을 테니.

 다이스케 군. 그 이름을 오랜만에 떠올리면서 처음, 그날을 다시 기억해내려 한다. 어떻게 처음을 여는 상대가 다이스케 군이라니. 물론, 그 사이 3년간 아무것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시작을 시작—조금 웃긴 말이지만—하기에, 그 첫 만남보다 더 인상적인 게 있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항상 그 부분을 쓰려고 하면, 수도 없이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타이치 상을 글에 담을 때도 이러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은연중에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그만큼 그게 중요했던 걸까. 아니면—

 혼자의 기억으로는 무리였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기억력이 흐트러진 건지, 머릿속에서 시간대가 뒤죽박죽 할 때가 있다. 딴생각에 빠지고, 정신을 차리고 보면 전혀 이상한 기억을 뒤지고 있었다. 어렸을 때는 어떻게 다 기억할 수 있었는지. 그때 어느 정도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아무것도 끝내지 못했을 것이다. 충격적인 사건이 없으면 점점 사라져 가는 게 당연한 건가. 항상 기억은 큰 무언가를 중심으로 움직이니까 말이다.

 그 큰 무언가는, 사실 아주 작은 것도 포함한다. 지금 울리는 메신저는 아마 오랫동안 울리지 않았으니. 언젠가 같이 가입해놓고 아무도 쓰지 않았던 메신저. 오랜만에 듣는 알림은 기억에 꽤나 오래 남을 지도 모를 일이다.

 「오랜만」

 다이스케 군은 말은 길게 하면서도 문자는 단답으로만 보낸다. 그동안 보냈던 문자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짧게 문자를 보냈다. 아마 마지막으로 보냈던 게, '다음에 보자'였나.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말하는 시간대는 애매해지고 길어지기 마련이다. 어렸을 때는 '다음'이라는 시간이 엄청나게 짧았는데, 지금은 엄청나게 늘어져 버렸다. 그때의 1분이 지금의 하루로 바뀐 것 같이.

 답을 보내기도 전에, 다시 문자가 온다.


  「언제 만날까」

  「응? 만나자는 거야?」

  「응」


 예상대로 짧고 빠르게 대화가 이어진다. 오랜만의 연락에 갑자기 만나자고 대뜸 물어보다니. 뭔가 근황이라도 물어보려 길게 문자를 쓰기도 전에, 짧게 툭하고 뱉어낸다. 기분 나쁜 건, 짧은 문자가 아니라 그 쓰고 있던 걸 다 지워야만 하는 거라는 걸, 다이스케 군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다이스케 군하고는 순서대로 되는 일이 없이, 언제나 즉흥적으로 돌아간다. 어째, 종종 뒤죽박죽돼버린 일이 오히려 잘 풀렸던 적도 많았지만은.


  「언제 만나?」

  「5시에」

  「5시는 무리야.」

  「그럼 5시 반 공원에서」

  「알았어. 그때 만나.」


 오랜만에 온 것 치고는 조금 짧은 대화. 만나자고는 했으니 그때 가서 이야기해도 상관은 없겠지.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고, 어차피 이것저것 하다 보면 또 밤을 새울 지도 모르니까. 어쩌면 만나서 할 말들을 생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전 얘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근데, 무엇을 먼저 꺼내야 할까.




언제나 새벽에 밖을 나오는 일상이지만, 오늘따라 바람이 춥다. 같은 곳에 살면서도 그동안 만나지 않은 게 신기하다. 하루의 시간이 너무나 짧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내게만 그런 것 같다. 여유라고는 잠 밖에 없는 생활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시간 관념도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았다. 5시라니, 문 여는 시간이 이른 아침이라고 그렇게 약속을 잡는 자신이 조금은 이해가 안 됐다. 상관 없으려나. 글 쓰는 사람은 밤도 잘 샐 테니, 이런 시각에 나오라고 해도 되겠지. 덕분에 1시간 정도 잠은 버렸지만, 버틸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냥 만나고 싶었다.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이 그리웠고 그만큼 일은 더 힘들어져 갔다. 좋아하는 일이 생업이 되면 더 괴로워지는 것이 당연한 거지만, 처음 라멘을 만드는 일이 힘들다고 느낀 순간, 집으로 돌아와 잠을 설친 그 어느날이였던가. 그냥 기억나는 사람들 중 아무나 만나고 싶었다. 만나서 얘기라도 좀 한다면 기운이라도 차릴 것 같아서, 무작정 잘 만지지도 않던 메신저를 켜서 그 위에 보이는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하필이면 녀석인가. 어째 마지막으로 대화한 상대가 타케루였다. 1년 전이였던가. '힘내', 다음에 보자'라 보냈던 게 마지막이었다. 그 문자의 시각을 보니, 시간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기분이다. 내 '다음'은 도대체 얼마나 긴 시간일까? 짧은 시간을 말하는 단어들은 어느새 머릿속에서 지워진 느낌이다. 잠깐 사이에 하루는 지나있고, 눈을 뜨면 달력을 새로 사야 했다. 그러기를 몇 년, 시간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잊어버렸다기보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사라진 것일까. '잠시'는 어디에도 없고 그러기에 숨을 돌릴 시간도 사라진 지금, 아침밤, 길을 나설 때 마시는 공기는 그나마 위안을 준다. 지나가면서 보이는 풍경들이나, 가로등 불빛에도 기대고 싶은 심정이었다. 조금은 나아지리라, 내심 기대를 하지만, 그것이 나아질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기다리는 시간, 오랜만에 시간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먼저 기다리는 사람의 시간은 느리게 가기 마련이다. 짧았던 시간이 다시 댕겨져 늘어나는 것처럼 몇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1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진다. 고무줄처럼, 관성에 다시 짧아지겠지만, 그 기분을 즐기려 한다.

 그런 때에, 멀리서 오는 타케루의 모습을 보면, 먼저 그쪽으로 가서 중간에서 딱 마주한다. 인사를 하려 손을 올리는 걸, 바로 손으로 받아친다. 짝.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이 괜히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이다!"

 "응, 진짜 오래됐네."

 "그러게나 말이야. 같은 곳에 사는 데도 그사이 얼굴도 못 보고 말이야."

 "어쩌다 보니."

 "뭐, 바쁘니까."


 간단한 인사, 방금까지 쳐졌던 기분이 막 끌어올려진다. 뭔가 즐거운 마음에, 목소리는 예전처럼 들떠있다. 만나기는 했지만, 뭔가 준비를 하고 온 건 아니라서 갑자기 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물어보고 싶은 것도 꽤 많았던 것 같은데. 밤에 생각했던 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오랜만인데, 무엇을 먼저 말해야 할까.


 


 평범한 근황. 그대로 라멘을 만들고 있고, 그대로 글을 쓰고 있다. 그때는 막 시작하는 단계였고, 모든 일들이 신기하게만 느껴졌는데, 지금은 어떤 지. 생각없이 돌아가는 일상이 계속 시작되고, 어느새 그 시작은 끝을 달려가고 있는 듯 했다. 언제나 그렇듯 그 끝에는 또 출발선이 그어져 있겠지만.

 다이스케 군은 마지막 대화 이후로, 소설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지만, 그새 연재가 끝났다고 하니, 조금은 궁금하다고, 나중에 봐야겠다고 말했다.


 "근데 볼 시간은 있을까?"

 "예전에 줬던 책, 며칠 만에 읽었어?"

 "아, 그거? 좀 읽다가 때려치웠어."

 "그럴 줄 알았어."

 "뭘 붙잡고 읽는 건 진짜 잘 안 되겠더라."

 "그래도 선물이었는데."

 "흠, 미안해. 집중이 안 되서."


 언젠가 다이스케 군에게 책을 하나, 선물했던 적이 있었다. 지역별 라멘의 특징이었나. 서점에서 우연히 보고 생각이 나서 그냥 주었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다 읽지 못하고 내팽개쳐버린 모양이다.


 "그래도 읽어보고는 싶어. 다는 못 읽어도."


 조금, 말할 거리가 점점 없어진다. 별로 달라진 게 없어서 그만큼 할 이야기도 없었다. 옛날얘기를 해보자. 대뜸 말하자, 말이 실처럼 뿜어져 나온다. 언제나 이야기해도 그 이야기들은 새롭게 들리고, 가끔은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기억들도 나타났다. 기억나지 않았던 것들이 다시 떠오르고,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꽤 기다란 기억들이 풀어졌다. 그러다,


 "아, 갑자기 생각났는데."

 "응, 뭔데?"

 다이스케 군은 말을 멈추고, 눈을 감은 채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얼굴에 비친 미소는 아까와는 다르게 무미건조했다.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 괜히 궁금해지잖아."

 "말해도 되냐."

 그렇게 말하는 다이스케 군의 목소리는, 아주 많이 떨렸다.

 


 이상하게 타케루에게 별 감정이 없어진 것 같다. 어렸을 때는 타케루 같은 녀석들은 딱 질색이었다. 결함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어디에서나 잘 맞고 모두에게 잘 대하는, 그런 모습을 괜히 질투했었다. 사소한 질투는 허점이 있고, 언제나 간파당했다. 재밌는 아이. 뭔가 놀리고 싶고 장난치고 싶어하는. 그렇다고 해서 그런 걸 했다고 남을 미워하지도 않는. 이상하게 나는 그런 질색인 녀석들과 친하게 지냈다. 몇번을 그러면 엄청 미워했을 것 같은데, 그런 적은 전혀 없었다. 네 그런 점이 좋아. 언젠가 누군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누군가. 뭐, 타케루 아니면, 달리 떠오른 사람이 없다.

 이제야 기억나는 건, 그런만큼 타케루는 내게, 많이 칭찬을 해줬다. 처음에는 그것마저 장난인 줄 알고 기분 나빴지만, 점차 그게 진심이었다는 걸, 어느 쯤에야 깨닫게 됐다. 나는 언제나 그가 결점이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그건 아마 착각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타케루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굉 히 이상한 감정이었다고 해야 하나. 난 널 조금 좋아했던 것 같았다. 그게 친구로서였는지, 아니면 다른 의미로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어느 한 측면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하고 불분명한 감정이었다. 분명 뭐라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지금은 모두 사라졌지만.

 그런 걸 보면 나는 너에게 많이 무뎌진 걸까. 언제나 치던 장난에도 그냥 넘어가 버리고, 별 감정없이 그를 대하는 것도. 난 언제부터 너를 싫어했던가. 아니면 언제부터 좋아하게 되었던가. 생각해보면 우리는 친구였던가. 아니면, 그냥 함께 있어야 했던 동료였던가. 점점 그 질문들은 아주 처음, 타케루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거슬러 올라가려 하고 있었다. 무작정 시간을 비집어, 결론을 쫓아가다 보면, 결국은 난, 그를 좋아하고 있었던 걸까.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조금 더 나중에.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 그 장면들은 내 시선이 아닌 다른, 그러니까 그 위에서 보거나, 옆에서 보는 시선으로 보여졌다. 내가 아닌, 누군가가 캠코더로 나를 찍은 영상을 그대로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실감이 나지 않는, 영화를 볼 때처럼 편히 앉아서 그 장면을 감상하고, 거기에 평을 내리는 기분이었다. 그때, 내가 다이스케 군을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무리 떠올려도 그런 감정은 떠오르지 않아, 하나도 이입이 되지 않았다. 장면 하나하나가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고, 늘어지는 음악이 같이 나오는 것처럼 그 장면에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다.

 기억이 잘 안 나는 탓일까. 다이스케 군과 보낸 기억들은 왠지, 잔상 하나가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느낌은 있지만 구체적인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 다이스케 군과 이런 일이 있었고, 이런 느낌을 얻었지만, 그 중간이 비어있었다. 그저 의미가 있었다, 라는 거로는 설명이 안 되는 무언가가 빠져있었다.

 물어볼까? 아니, 묻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느껴야하는 게 당연한 건데, 아무리 해도 감이 안 잡힌다.

"아, 맞다."

 "뭐가?"

 다이스케 군은 하늘을 보면서 말한다. 어느새 하늘이 맑아지고, 햇빛이 조금씩 느껴지고 있었다. 그때쯤이면 한창 밤을 새서 멍하게 있거나, 잠결에 뒤척이고 있을테지만, 덕분에 이 시간에 제정신으로 서 있다. 아쉬운 마음에, 그 다음에 뭘 할까 하는데, 문득 지금이 문 여는 시간일까 생각했다. 이 이른 시간에 라멘을 먹을 사람이 있을까. 일찍 여는 거라면 문 열고는 한동안 사람이 없을 테니까.


 "지금 문 열 시간이네. 다음에 보자!"


  빠른 걸음으로 나서는 다이스케 군을 조용히 따라간다. 뒷모습에 시선을 맞추면서, 이렇게 저렇게 바뀌는 걸음걸이를 따라하면서 걷다가, 다이스케 군이 뒤돌아보자, 갑자기 장난끼가 돌기 시작한다.


 "뭐냐."

 "응? 그쪽으로 가는 건데."


  시큰둥한 표정을 짓고, 다시 가는 걸, 계속 뒤쫒는다. 오랜만에 어떻게 장난을 쳐야 할 지 생각은 나지 않았다. 다만, 어떻게 말해야 다이스케 군이 약오를 지는, 이미 입에 배어버린 모양이었다. 몇걸음 옮기지도 않았는데 다이스케 군은 다시 내게 말한다. 


 "지금 나 따라오는 거냐."

 "응, 돌아가는 김에 라멘이나 먹고 가려고. 네 집 가도 되지?"

 "야!"

 "난 인사 안 했으니까 아직은 헤어진 거 아니지?"

 "나 바쁘다고, 타케루. 정말..."


  그 사이에 다이스케 군 옆으로 바짝 다가간다. 뾰루퉁한 표정은 예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잠시만 더 장난을 치고 싶었다.


  "첫번째 손님인데 그렇게 막 대할 거야?"

 "그거 때문이 아니잖아! 문 연다고 바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만들기 전에 해야할 게 얼마나 많은지 알아? 재료 옮겨야지 또—"

 "알았어, 기다리면 되지."

 "너 앉혀놓고 그러고 있으면 내가 마음이, 어, 좋겠냐, 어?"

 "화내지 말라고, 다이스케 군."

 "휴, 제발..."

 "혹시 모르잖아. 오늘 헤어지면 또 언제 만날지."


 한숨, 기분 나쁘고 짜증나는 게 얼굴에 딱 피어있는, 그런 모습에 우스워서 겨우 웃음을 참는다. 한때는 일상처럼 보던 얼굴이었는데, 지금 다시 새롭게 다가온다.


 "알았어, 따라오기만 해."


 더이상 하면 진짜로 화낼 것 같아서, 그냥 걸음을 디딘다. 막상 가면, 말할 틈이 생길 리는 모르겠지만, 아마 사람이 들어오면 그럴 여유로 없어질 게 뻔하지만, 뭔가 다 하지 못한 것 같은 찝찝한 마음에 조금이나마, 이 기회를 붙잡으려 한다. 다이스케 군도 마찬가지일 거라, 믿으면서.


 아직은, 할 말이 너무도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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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금강포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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