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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몬+고마몬] 발견

Short 2016. 1. 21. 00:34

  아, 너무 늦어버렸다고 생각한 순간, 개울은 건너갈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다. 빨라진 물살에서 겨우 빠져나온 고마몬의 다리에는 붉은 무언가가 흥건하기 나오고 있었다. 앞발로 겨우 몸을 옮긴 고마몬은 그 자리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괘, 괜찮은 거야?"
 가부몬은 고마몬의 앞발─아마 자신은 손이라고 하는─을 잡고 땅 위로 끌어올렸다. 오른 다리에서 나오는 무언가는 멈추지 못하고, 땅 위를 적셨다.
 "그.... 그 상처는..."
 "모르겠어. 아까 빠져 나오다가 내려오는 거에 맞았나 봐."
 고마몬은 조금씩 발을 옮기다가, 픽 쓰러진다. 가부몬은 그 모습을 보고 괜찮냐고, 계속 물어보지만 고마몬은 대답하지 않는다.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숨소리를 어렴풋이 듣고, 가부몬은 상황이 심각함을 느꼈다. 망설였다. 그 자신 특유의, 우유부단함과 소심함을 잘 알고 있기에, 가부몬은 어떻게든 그 천성을 이기고 싶었지만 지금도 망설이고 있음을 원망했다. 고마몬. 가부몬은 고마몬의 활발한 성격을, 먼저 행동에 나서는 모습을 내심 부러워했다. 만약 자신이 상처를 입어 쓰러져 있었다면, 고마몬은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아,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머리 속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행동을, 행동을.
 가부몬은 고마몬을 들었다. 의외로 쉽게 들려 흠칫 놀랐다. 조금씩 꺼져가는 듯한 숨을 느끼고, 일단은 피할 곳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 어, 업힐 수 있겠어?"
 고마몬이 고개를 끄덕인다. 가부몬은 고마몬을 들쳐매고, 개울 옆 빽빽한 숲으로 달려간다. 빗방울이 나뭇잎에 부딪쳐 나는 소리들이 귓가를 매웠다. 고통에 동반되는 신음이 들렸다. 조금만 참아. 가부몬은 그 말을 반복하면서, 주룩주룩 내리는 거센 비를 피할 곳을 찾고 있었다. 곳곳에 난 긴 풀들을 뜯고 나뭇가지를 주우면서,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을 세우면서...

 
 풀이 생각보다 길지 않아서, 상처를 묶기 힘들었다. 풀 여러 개를 묶어서, 그걸로 다시 상처를 묶었다. 이제 다리에 그 무언가는 멎은 것 같았다. 고마몬은 꽤 안정된 것 같았다. 가부몬은 남은 풀들로 불을 붙여보려 했지만 축축히 젖은 탓에 쉽게 불이 붙지 않았다. 불을 뿜어도 그을리기만 하는 풀들은 가지고 온 것들 중 반이 그을려 바스라졌다. 몇번을 시도해, 겨우 불씨가 붙어 활활 타오르지는 않아도 불 하나는 만들 수 있었다.
 작은 불로, 젖은 몸을 조금 말릴 수 있었다. 그 옆에서 고마몬은 발, 아니 손을 쬐고 있었다. 아까 전까지 지쳐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표정에는 오하려 여유로움 같은 게 느껴졌다.
 "이제 좀 나아?"
 "응, 조금 아프지만 괜찮아."
 "내일 정도면 그칠 거니까, 아침 정도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
 희미하게 빗소리가 들렸다. 분명 멀리서 들려오는 것인데도 크게 소리가 울렸다. 이렇게 내린다면 내일도 어쩌면 발이 묶이게 될 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비가 빨리 그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근데, 가부몬."
 "으, 응."
 "아까 기억이 안 나서 그러는데 말이야. 나 업고 여기까지 온 거야?"
 "어... 그랬어."
 "고마워, 가부몬."
 "으... 으음.. 어..."
  가부몬은 고개를 움추리고, 떨리는 소리로 대답했다. 고마몬은 자세를 고쳐 팔을 벌리며 누웠다. 바닥이 울퉁불퉁해 눕기에는 편하지 않을 것 같았지만 고마몬의 표정은 꽤 편한 기색이었다.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돼. 뭐, 도와준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잖아?"
 "그건... 맞아..."
 "근데 저 비는 언제 그칠까. 다리만 아니면 좀만 더 있어도 될 텐데."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음... 둘만 있는 건 처음이잖아. 아니야?"
 "그렇긴 한데..."
 "솔직히 이렇게 비가 내려서 개울이 넘친 건 예상하지는 못 했는데. 갑자기 엄청 내리지 뭐야. 그런 물살에는 물고기들을 불러도 다 떠내려가서 어쩔 수 없었어."
 "......"
 "그리고, 갑자기 다친 것도, 네게 업혀서 여기까지 온 것도, 뭔가... 새롭네."
 "......"
 "아, 모르겠다! 일단은 피곤하니까, 눈 좀 붙이고 내일 생각하자. 그게 낫겠지, 가부몬?"
 "으, 응..."
 고마몬은 기지개를 편 뒤 금방 잠들어버린다. 저렇게나 빨리 잠들어버리나. 상처 같은 건 신경도 쓰지 않는 태도가 조금은 이상하기도 하면서도 조금은, 닮고 싶은 점도 있었다. 여유로운, 당차고 밝은 모습을, 좋아하고 있는 건 지도.
 작아지는 불에 한번 더 불을 붙이고, 가부몬은 자리에 누우려 그 옆으로 갔다. 고마몬은 불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자고 있음을 깨닫는다. 불을 옮길 수도 없는지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쓰고 있는 가죽이 어느정도 다 마른 것 같았다. 거의 벗어본 적이 없는지라 어떻게 벗는지도 잊어버려서 그냥 막 잡아빼서 벗었다. 충분히 덮일 수 있는 크기였다. 고마몬에게 가죽을 덮이고는, 가부몬은 한등안 멍하게 고마몬을 바라보고 있다가, 그 옆에 눕는다. 불편하고, 그다지 잠이 오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내일 고마몬이 일어나면, 가죽을 벗은 모습을 볼 것이 좀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가부몬은 고마몬에게는 괜찮을 거라, 생각하며 조금씩 잠 속으로 비집어 들어갔다.


 상처가 다 아문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아픈 것은 덜했다. 고마몬은 기지개를 펴다가, 자신에게 덮힌 가죽과, 옆에 누워 있는 가부몬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이 가죽이 벗을 수 있는 것이었나. 그 황색의 몸은 꽤 어색해 보인다. 그동안 왜 그 가죽을 소중히 여겼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가죽을 벗은 모습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느끼면서, 고마몬은 가부몬을 흔들었다.
 "일어나! 가부몬!"
 "으음... 일어났어...?"
 "이런 거 안 덮어줘도 되는데."
 "그냥... 추울까봐..."
 가부몬은 아직 잠에서 다 깨지 않은 척했다. 부끄러운 마음에, 눈도 꽉 감은 채 대충 대꾸했다. 고마몬은 가죽을 다시 가부몬에게 덮어주고는 비가 그친 것을 본다.
 "그쳤다."
 "......비?"
 "응. 이제 갈까?"
 "아니... 너무 졸려서..."
 "그러면 좀만 더 눈 감고 있어."
 고마몬은 아직 잠에서 덜 깬─그런 척 하는─가부몬은 바라보았다. 어제오늘, 뭔가 고마운 일이 많아지고 있는 걸 느끼면서. 고마워, 다시 머리속에서 되내인다. 말하는 건, 있다 가부몬이 일어나고 난 다음에 해도 될 거라 생각하며.



+2016.02.17

유우님께서 이 글을 가지고 다시 글 하나를 써주셨습니다. 정말로 고마워요.

http://sorarjqeprl.tistory.com/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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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금강포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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