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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타케] 사진

Short 2016. 10. 15. 22:13

정말로 오래전에 누군가에게 드리려고 했던 글이지만, 어느 순간 보니까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있어서, 굉장히 미안한 마음으로 쓴 글입니다. 1년이 지난 사이에 저의 글이 많이 죽어버려서, 그게 많이 걱정이 됩니다.

한번이라도 재미있게 읽어주었으면 해요.


*

 항상 사진에 찍힌 다이스케 군의 모습은 잔뜩 화가 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사진을 찍은 적도 별로 없었지만, 혼자서나, 다른 아이들과 찍은 사진에서는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어쩌다가 내 옆에서 같이 찍은 사진들을 보면, 뾰루퉁한 표정을 지은 채 플래시를 받았다. 찰칵, 그 소리가 나기 전까지는 밝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싫었던 걸까. 그때의 다이스케 군은 내 옆을 별로 탐탁치 않아했던 것 같다. 많은 때에, 다이스케 군은 내게 괜한 승부욕 같은, 무언가를 품고 있었던 것 같다.
“하필이면 말이야, 왜 네 옆에서 찍어야 하냐고.”
“뭐 어때? 다이스케 군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고 그냥!”
“그냥 뭐?”
“칫… 아무것도 아니야.”
다이스케 군은 내 말에는 한껏 기분 나빠하면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히카리 짱이 말하는 거라면 곧이곧대로 행했다. 히카리 짱이 말한다면, 아마 내게 어깨동무를 하고 웃음을 지으라고 해도 억지로라도 했을 것이다.
“다이스케 군, 그렇게 멀리 떨어져있으면 안 보여.”
“헷, 알았어!”
그런 다이스케 군을 이상한 사람을 보는 것처럼 바라보면, 다이스케 군은 내심 앞에 있는 사람이 보라는 듯이 환한 웃음을 지었다. 내가 그런 표정을 짓는 게, 다이스케 군에게는 꽤나 재미있는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다이스케 군은 나를 쳐다보면서 묘한 승리감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단순한 메커니즘, 히카리 짱은 호, 나는 불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게 간단하게 움직인다는 게 참 신기했다.
“그럼, 찍는다!”
셋, 둘, 하나. 숫자를 셀 때, 나는 다이스케 군의 어깨를 끌어와 어깨동무를 했다. 찰칵. 바로 확인해보지는 않았었지만, 시간이 지난 다음에 본 사진에, 나는 V를 한 채 웃고 있었지만 다이스케 군은 여러 감정이 막 섞여있는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확실히 웃지는 않았어.
“다이스케 군은 항상 나랑 사진을 찍으면 웃은 적이 없더라.”
“그런가…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네? 그날 기분이 좀 나빠서 그런가?”
“그렇게 말하니까 재밌어, 다이스케 군은.”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누가 재밌으라고 그러는 거로 보여?”
“헤, 난 진심으로 말한 건데?”
대답하지 않고, 그저 매우 기분 나쁘다는 듯이 쳐다보는 눈빛. 그 눈빛과 표정들이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다. 다이스케 군이 짓는 다양한 표정들은 내가 좀처럼 따라할 수 없었다. 한번쯤은 그런 표정을, 한번이라도 지어봤을 것 같은데, 내가 찍힌 사진에서나, 다른 사람이 나를 바라볼 때나 나의 표정을 몇가지로 고정된 것 같았다. 그럴 수 있는 게 내심 부러웠었다. 그저 자기 감정에 따라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게.


*

내가 농구를 하는 게 다행이었다면 축구 경기를 응원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누군가에게 억지로 끌려나온 듯이 앉아서 턱을 괴고 쳐다보는 다이스케 군은, 나에게 응원 같은 건 별로 하고 싶지는 않다는 표정이었다. 반대로 축구 경기에서 내가 한껏 다이스케 군의 이름을 외칠 때, 다이스케 군은 나를 향해, 농구 경기를 바라보는 것과 같은 표정을 지었다.
오늘도 그랬다. 응원할 때 그렇게 싫다는 표정을 할 때는 언제고, 득점을 많이 할 때면 환한 표정으로 내게 이래저래 얘기를 늘어놓고, 그 말에 잘했다고 어깨를 두드리면 숙쓰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혔다.
“너, 얼굴 붉힌 거야, 다이스케 군?”
“아, 뭐…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기분이 이상하잖아.”
히카리 짱의 칭찬에 깜짝 놀라 기뻐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상하도록 그 장면을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히카리 짱의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우연한 행운에 조심히 셔텨를 누르고 찍힌 사진을 보았다. 사진에 찍힌 모두가 웃고 있었다 그 안에 있는 다이스케 군도. 그 웃음이 괜히 신경이 쓰였다. 나에게는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그 웃음이.
“타케루 군, 좀 있으면 농구 경기지?”
“응, 준결승이니까, 이기면 결승이겠지?”
“잘 하고 와, 타케루 군.”
히카리 짱에게 카메라를 돌려주고, 나는 가방을 매고 체육관으로 가려고 할 때, 다이스케 군이 툭 던지는 투로 말했다.
“잘 해. 나도 결승에 올라갔는데 너라고 못 올라갈 건 없잖아.”
고마워, 그 말에 웃음지었다.

옷을 갈아입고 연습을 조금 했다. 농구 경기를 할 아이들 중에도 방금 전 축구를 한 아이도 있어서, 조금 더 연습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도 꽤 남았고, 다들 정리하고 오려면 더 시간도 걸릴테니.
조금 시간이 지났을까. 한명씩 체육관으로 왔다. 혼자서 연습하는 거보다는 역시 여러명이 같이 하는 게 낫다고, 아까 전과는 다르게 몸이 잘 풀리는 것 같았다. 시간이 거의 경기 시작 근처까지 다다를 때였다.
“타케루 군, 근데 한 명이 없는데?”
“음… 그러고보니 그렇네. 어디 있지?”
“걔, 아까 축구 뛰었는데 아직 다 안 끝났나?”
“아직 몇 분 안 남았는데…”
조금 더 기다려볼까, 하는 순간에 멀리서 누군가가 달려왔다. 우리가 찾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이스케 군이 농구복을 입고 나타나 허겁지겁, 신발끈도 묶지 않은 채 달려왔다.
“아직 안 늦었지?”
다이스케 군은 숨을 가쁘게 쉬면서 말했다. 사이즈가 조금 맞지 않는 옷 위로 머리에서 떨어진 땀이 엉겼다.
“네가 갑자기 왜?”
“그 애가, 축구하다가 다쳐서, 보건실에 가는 바람에, 내가 대신, 나오기로 했어.”
“괜찮겠어?”
“일단은 해야지, 지금은 방법이 없으니까.”
다이스케 군은 자리에 앉아 신발끈을 묶었다. 농구화도 그 아이에게 빌렸는지 사이즈가 맞지 않아 몇번이고 다시 신발을 묶어대었다. 신발을 다 묶고 몸을 푸는 다이스케 군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쩌다 보니까 같이 뛰게 되었네.”
“걱정하지 마, 저번처럼 못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으스대는 다이스케 군을 보면서 약간 걱정이 되다가도, 이기든 지든 재미있는 경기가 될 거라, 생각했다.

...

 2쿼터가 끝나고 생각이 스친 건, 과연 이 경기를 이길 수 있을지였다. 다이스케 군은 우려했던 대로 많이 실수를 해서, 종종 파울을 내주기도 하였다. 겨우겨우 점수를 좁혀갔지만, 그래도 많이 부족한 것 같았다.

 "미안, 내가 실수가 잦아서."

 지친 티가 팍 난 다이스케 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 나는 그 얼굴에 물병을 갖다대면서 말했다.

 "네가 온 것만으로도 고마우니까, 지든 이기든 열심히 하자고."

 다이스케 군은 얼굴에 갖다댄 물병을 뺏어 물을 들이켰다.

 다이스케 군, 그 사이에 반 병을 다 마셔버린 다이스케 군에게 나는 말했다.

 "만약에 이기면, 같이 사진 찍기."

 "뭐 그 정도야."

 기원의 표시로 주먹을 마주치면서, 다이스케 군에게 한 말과는 좀 다르게, 이번 경기만큼은 이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갑자기 떠오른 내기에 오기가 생겼다고 해야할까. 가능성은 별로 없어보였지만, 그래도 하나쯤은 걸어보고 싶었다. 그 사진 한 장에 괜한 신경을 쓰는지, 내 자신도 알 수 없었지만.


 무언가 사소한 것 하나만 걸어도 그게 효과가 있기는 있는 것 같다. 3쿼터까지만 해도 전 경기와 다를바가 없었지만, 마지막 쿼터 때 겨우겨우 점수를 따 겨우 몇 점 차이로 이겼다. 점수를 보면서 정신이 멍해졌고, 결승에 올라가기는 한 걸까 생각하던 사이에 다이스케 군은 뒤에서 어깨를 치면서 말했다.

 "축구도 농구도 이제 결승이네."

 "그렇네, 지금 이게 현실인지도 모르겠어."

 잠깐 자리에 앉는 동안에도 주위는 시끄러웠다. 눈을 감고 있으면, 다이스케 군과 히카리 짱의 목소리가 들렸다. 급한 마음에 히카리 짱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을 거라 생각했다.

 "타케루 군, 정말 수고했어."

 "아니야, 다른 아이들이 더 잘했는 걸."

"히카리 짱! 나 괜찮았어?"
"어, 음. 사진은 많이 찍었어."

"그래? 혹시 보여줄 수 있을까?"

행복한 표정으로 카메라 화면을 바라보다가, 다이스케 군이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어이, 타케루. 이기면 사진 찍자고 했잖아."

맞다, 그 말에 자리에 일어나 다이스케 군 옆에 섰다. 마침 히카리 짱도 있고 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찍자고, 다이스케 군은 말했다. 다이스케 군이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게 조금 놀라웠다. 평소에는 그렇게 싫은 티를 다 내더만, 지금은 많이 분위기가 달랐다. 어쨌든 그날 난 예전부터 신경쓰이던 일 하나를 해치웠다는 생각에 기분이 매우 좋았었다.


그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언젠가 펼졌던 책에 책갈피 같이 그 사진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인화해달라고 했던 걸까. 시간이 꽤 지났지만 그 사진을 보니 예전의 기억이 살짝 떠올랐다.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사실 그때의 내가 많이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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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금강포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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