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2025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2015년, 간간히 참여하던 디지몬 전력 60분 연성을 정리했다.


어쩌면 더이상 참여를 하지 않을 것 같아서 미리 정리해본다.



디지몬 전력 60분, 5월 9일, 3주차, 주제 「이시다 야마토石田ヤマト」「안경」중 전자.



 소리가 울렸다. 분명 딴 생각을 하고 있었거나, 아니면 저 소리를 덮는 함성이 조금은 싫었는지도, 앞을 바라보니 다시금 베이스 소리가 들려왔다. 그 거진 소리를 뚫고, 그 저음은 조금은 탁한 목소리와 겹쳐 안을 둥둥 때리고 있었다. 익숙했지만 언제나 그 저음은 쿵쿵 다시 울려왔다.
 "여기서 보는 거는 처음인데 말이야." 타이치는 장난끼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소라는 옆에서, 주먹을 쥔 채 장난스럽게 드럼 흉내를 내는 타이치를 보았다. 사실 타이치는 야마토의 밴드 공연에 거의 찾아온 적이 없는 데도, 마치 지금까지 많이 봐 왔다는 투로 말했다.
 놀랐잖아,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야? 나는 넌즛이 말했다.
 "맞춰 봐, 적어도 야마토가 첫 소절 부른 시점부터 지금 사이니까!"
 타이치! 하고 뱉어내고 싶었지만 소리들에 묻혀서 들릴리는 만무하고, 으런 패턴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어오던 것이니까. 목까지 차 오른 말을 내리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까 네가 혼잣말 했던 시점.
 "빙고!" 짝, 박수를 치고 타이치는 베시시 웃었다. "이번에는 반응이 다르네. 그런데다 정말 맞춰버리고 말이야."
만날 패턴이 똑같으니까, 이번엔 좀 바꿔 본 것 뿐이야.
 "뭐, 바꾸든 안 바꾸든 똑같으니까 재미없네."
 바보. 들리지 않게 내뱉었지만 타이치는 입모양을 알아차리고 아까 전보다 더 밝게 웃었다. 분명 패턴을 바꾸려고는 했지만 결론은 항상 바보, 한 말로 끝내버렸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오히려 바보는 나였다.

 앞을 보자 다시 소리가 울렸다. 낮은 소리, 맑지 않은 소리가 계속 울렸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타이치가 옆에 있는 지도 잊은 채로 천천히 그 울림을 듣고 있었다. 아까 전부터, 아니, 금방, 아니야 몇 초 전부터 어쩌면 정말로 첫 소절부터, 가슴에 울리는 소리는 점차 커져 타이치가 갑자기 말을 꺼내지 않았으면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 "소라!" 큰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야마토가 노래 할 때 눈을 보면," 타이치는 아까와의 큰 소리와는 다르게, 천천히 말했다. "왠지 좀 슬퍼보이는 것 같아."
 사실, 나는 말했다, 실제로도 슬프게 보이긴 하잖아.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아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타이치는 갑자기 말을 멈추고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쿡쿡 웃기 시작했다. 왜 웃어. 말했지만 타이치는 눈을 감고 계속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노래가 끝났는지 함성이 밀려 왔다. 그 순간 타이치는 귀쪽으로 다가와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늘(空), 색(色)이니까."


디지몬 전력 60분, 5월 16일, 4주차, 주제 「막내」「교복」


 이제 소학교에는 저만 남게 되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같이 지냈었던 선배들이 없으니 조금은 허전한 마음도 듭니다. 5학년, 지금은 중고등학생이 된 형, 누나들도 이 곳─한 사람은 다른 곳에서─을 거쳐왔겠죠. 소학교에서는 2번째로 나이가 많은 그런 위치에 서 있게 되었지만, 선택받은 아이들 틈 사이로 끼면 머리카락이 헝클어지는 없는 그런 아이가 됩니다. 제가 그 중에서 가장 어린 아이니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막내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나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연장자라고 하면 뭔가 어른스럽고 무리 안에서 사람들을 이끄는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조 상과 미야코 상을 처음 만났을 때 조금 놀랐던 건 아마 그런 것 때문이였을 겁니다. 제가 생각했던 어른스러움 하고는 거리가 멀었다고 해야하나요. 두 분이 집 안에서는 막내인 사실은 조금 뒤에 알았습니다. 어쩌면 오랫동안 막내로 지내서 연장자 역할을 어떻게 해야하는 지 잘 몰랐기 때문에 그랬던 건 아니였을까요. 타케루 상이 말했던 6학년의 조 상의 이야기에는 그런 서투른 모습도 연장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려고 노력했던 모습도 있었습니다. 그 때 타케루 상과 히카리 상은 그 안에서 막내였겠죠. 생각해보니 다이스케 상, 히카리 상, 타케루 상, 이치조지 상도 다 집 안에서는 가장 어린 사람이였죠. 막내라는 위치는 상황에 따라서 다 다른 걸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조 상은 막내지만 제가 볼 때는 6살 위인, 조금은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

 형, 누나들이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면 조금은 부럽기도 합니다. 모두가 같은 옷을 입는다는 게 새롭다고 해야하나요. 어쩌면 교복을 입는 것은 조금씩 어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는 표시일 지도 모릅니다. 조금만 지나면 저도 같은 교복을 입겠지요. 다시 교복을 벗을 때에는 막내 티를 벗어나 같이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디지몬 전력 60분, 5월 30일, 6주차, 주제 「고글」「우산」중 전자.


 ...11월 21일, 6부작.
 방송이 끝나자 가슴이 뭉클했다. 작년부터 기다렸던 신작이 올해 나오게 되다니! 일요일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TV 앞에 앉아있던 때에서 벌써 몇년이 지난 걸까? 이제는 고등학생이라니... 어떻게 보면 같이 나이를 먹어가는 것인데도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11월 21일이라... 히로카즈랑 켄타랑 붙들고 같이 가 볼까. 아직도 시간만 나면 카드 게임을 하니까. 말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먼저 가자고 말하겠지. 그러고보니 극장에 가 본지도 정말 오래됐구나. <디아블로몬의 역습> 이후로는 처음일 것이다. 정말 모든게 오랜만인걸.
 음... 작년이였을까? 갑자기 뭔가가 나를 깨워서 세계를 구하러 가자고 했을 때 무척 당황했었다. 멍하게 있던 나에게 그것은 다른 차원에 찾아온 위기를, 그 곳에 있는 리얼 월드와 디지털 월드를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무슨 말 한마디도 꺼내기 전에 그것은 내 손을 잡고 갑자기 열린 틈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때 내 손을 잡고 다른 차원으로 끌어들인 것은 무엇이였을까. 디지몬이였을까. 내 차원에서는 볼 수 없는, 카드에도 나오지 않은 디지몬였다. 어쨌든 그쪽에 도착할 때, 11살 때로 돌아간 몸에 흠칫 놀랐다. 그리고 내 옆에는 정말로 익숙하고, 보고 싶었던, 언젠가 만나기를 바랬던 것이 있었다. 길몬. 다시 만날 때는 그러지 않기로 했었는데, 눈물이 나올 뻔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약한 모습은 보이면 안 되니까. 숨을 크게 들이쉬고, 바라본다. 그 금빛 눈과 마주쳤을 때, 우리 사이에 텔레파시가 흐르는 것 같았다. 분명 길몬도 나랑 같은 방식으로 데려왔을 것이다. 길몬도 알고 있을 거야.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이 사태를 끝내고 나서, 그러고 나서 얘기해도 늦지는 않을 거야.
 신주쿠에서 출발해 최종집결지에 도달했다, 그곳에는, 나와 비슷한, 그렇지만 서로 다른 아이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두 사람─티이치, 다이스케─도 잇었다. 신기한 마음에, 마음 속으로 존경해왔던 두 고글 소년들 앞에서, 이런 말이 튀어나올 수 밖에 없었다. "저 두 사람을 동시에 볼 수 있다니!"
 분명 거기에 있던 아이들은 다 고글을 쓰고 있었지. 아니, 한 명은 없었나? 어쨌든, 다른 세계에서 디지몬을 처음 만나고 함께 했던 ,나와 같은 아이들이 차고 있는 고글은, 다들 어떻게 차게 된 걸까? 나는 애니메이션의 그 두 아이처럼 되고 싶어서 무작정 고글을 샀던 것 같다. 혹시 진짜 디지몬을 만날 때, 그것을 끼고 함께 하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길몬을 처음 만났을 때, '테이머'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 사놓았던 고글 덕분이였는지도 모른다.
 불을 켜고, 길몬과 헤어진 이후 다시 상자에 던져놓았던 것이 생각나서, 방 구석에 있는 상자를 뒤졌다. 노란색, 조금 때가 탄 고글에 쌓인 먼지를 털고 목에 건다. 조금 작아진 것 같지만,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고글은 밝은 빛을 내는 것 같았다. 잠깐뿐이였지만, 헤어질 때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고 다시 헤어질 때 분명 약속했다. 다시 만나자고, 이 모습 그대로, 잊지 않겠다고.





디지몬 전력 60분, 6월 13일, 8주차, 주제 「라이벌」「하늘」중 후자

Hammock의 Sora에서.


*
 여름날 오랜만에 나온 산책길, 넷이서 걷는 이 길에 화창한 햇살이 비춘다. 이렇게 넷이 있는 것도 오래됐다. 그동안 멀리 떨어져서, 서로 메시지만 주고 받으면서 보냈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그리운, 다시 밟아보고 싶었던 땅 위에, 그리고, 정말로, 정말로 보고 싶었던, 이 하늘 아래에 있고 싶었을 때, 매일 따뜻한 메시지를 보냈던 소라와 아이들에게, 고마워, 정말 그리웠어.

―하늘을 보려고 고개를 든다

 푸르고, 널직한 하늘에 구름이 떠있다.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고 저 흘러가는, 찬란한 구름을 사랑했던 어떤 시인, 그는 단지 구름만을 사랑했을까. 저 구름 위로 흐르는 푸른색을, 하얀 구름을 푸르고 '찬란하게' 장식하는 하늘을, 그도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늘은, 그것을 보고 있는 내 눈을 푸르게 물들인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푸른 빛, 어쩌면 처음부터, 평생 하늘을 가득 품으라는 의미로, 내게 가져다 준 것은 아닐까. 언제 그 의미를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 하늘이 내 품 안에 안겼다.
 어쩌면, 그 여름날의 모험에서도, 우리가 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처음 만났던 때에도, 어느 순간 셋이 되었을 때도, 다시 넷이 되었을 때도 하늘은 언제나 푸른빛을 띄고 있었다. 하늘은 평생을 따라오고 있었다. 내 이야기를, 우리의 친구들을, 우리의 아이들을, 그 한결같은 푸른빛으로.
 소라空. 문득 그 말을 입 안에서 되내인다. 붉은 하늘, 검게 어둠이 세상을 덮기 전에, 마지막으로 색을 바꾸던 때. 소라를 볼 때마다, 내 하늘색空色 눈은 그 갈색 눈에 비췄다. 내 눈에는 무엇이 비췄을까. 소라의 눈에서 비췄던 내 눈 안에는 또다른 하늘이, 붉게 물든 하늘이 비추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하늘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푸르고, 붉게 물든 하늘을.
 아빠,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란다. 그런 모습에 모두들 미소를 짓는다. 그 밝은 미소, 우리를 닮은 아이들, 서로의 빛을 각각 담은, 또다른 하늘들, 그 미소들에서 본 것은, 그 시인이 말한 찬란한 구름, 하얗고 순수한,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 붉게, 또는 푸르게 빛나는 구름들에 내 얼굴에 또다른 구름을 만들어 낸다.

―따뜻한 햇살,  산책하는 네 하늘들.


 
디지몬 전력 60분, 6월 27일, 9주차, 주제 「문장」「여름」

그 여름날로부터, 벌써 30년이 지났습니다. 이 책이 나온 지도 벌써 5년이 되었군요. 그 책을 탈고할 무렵 계속 읽으면서 발매일 직전까지 수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에게 2판의 서문을 부탁한 것도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1판이 출간된 이후로 '문장紋章'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마 타케루 군이 후기에 제 이메일을 써놓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난 5년 사이에 2000통이 넘는 이메일이 왔습니다. 일일히 다 답장을 줄 수는 없었지만 이 글을 빌어 조금만 적어볼까 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아니 알아낸 디지털 월드의 문장은 9개입니다. 연구원이 되고 난 후 이 부분을 계속 연구했지만 30년 전의 알려졌던 문장 이외의 다른 문장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그 9개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을 겁니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 또한 책에서 거의 설명하고 있고요.
 하지만 이 문장이 '선택받은 아이들'에게만 한정된 것이냐는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제게로 온 2000여통의 메일 중 대부분이 이 질문들이였습니다.
 답변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문장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였습니다. 문장은 하나의 표지였습니다.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맞는 문장이 아닌, 자신이 그 문장의 덕목에 맞는 지를 느끼게 하는 신호와도 같습니다. 제 문장은 지식의 문장입니다. 생각해보면 '지식'이 아닌 '호기심'이라고 해야 더 맞는 것 같기는 하지만요. 처음 그 문장을 가졌을 때는 저한테 문장이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험을 거치고 나서는 그 '지식'이 저에게 맞는 게 아닌, 제가 성취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10살의 저는 그저 호기심을 채우는 데만 급급했지만 그때 이후로는 제가 모아놓았던 지식들을, 그저 안으로 가둬놓지 않고 밖으로 퍼트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연구원이 된 것도 그것 때문일 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선택받은' 이 시점에서는 문장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전 모두가 그 9개의 문장 중 적어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음 속에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옆에 있는, 마음을 나눈 파트너와 함께 말입니다.

 타케루 군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80년여전 포크너가 쓴 문장文章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마음에 품고 있는 문장은 무엇인가요. 그것이 9개의 문장紋章이든, 어딘가에서 읽었던 문장文章이든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어떤 길로 가야할 지 알려줄 수도 있으니까요. 어쩌면 이 책에서 그 두 문장들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선택받은 모두에게.


이즈미 코시로泉光子郎




영광이 사라져도 기억은 남아 있을 것이니, 살과 살을 맞대고 함께할 수 없는 시간이 오더라도 그 순간의 추억만은 간직할 것이었다.

윌리엄 포크너 <곰>




디지몬 전력 60분, 7월 4일, 10주차, 주제 「ヒラリ」「수영복」


 고글의 의미? 아직은 생각 중이야. 처음에는 간단하게만 느꼈는데 생각할수록 복잡해져서 말이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내겐 좀 어려운 것 같아.
 디지몬 헌팅을 하면서 한번도 디지털 월드에 가 본 적은 없었어. 타이키 상이 몇번 얘기해 준 적은 있지만. 디지쿼츠, 아, 너는 잘 모르겠구나. 나중에 다시 말할게. 어쨌든 디지쿼츠로 유출되는 디지몬들을 헌팅하면서 디지털 월드는 어떤 곳일까 종종 생각했어. 타이키 상이 활약했던, 디지쿼츠의 디지몬들이 원래 살고 있었던 곳을.
 쿼츠몬을 퇴치한 이후에도 디지쿼츠의 문제가 심해져서 아무도 디지털 월드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했어. 타이키 상도 디지털 월드에 다시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하지 못했고 나머지 헌터들도 그런 생각은 못했던 것 같아. 그러다가 누군가가 유출원인이 디지털 월드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했어. 그렇다면 누가 디지털 월드에 가서 원인을 파악해야 할 지도 말이야. 그리고, 어쩌다가 내가 가게 되었어.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두 세계의 문제가 달린 일이니까, 포기해 버릴 수는 없어!
 지금도 생각해. 디지쿼츠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모두 각자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지금은 같이 있지만 언젠가는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이번 모험으로 문제가 해결되면 어쩌면 나와 가무드라몬이 함께 하는 것도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까.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헤어진다고 해도, 인연이 닿으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아직 우리 둘은 껌처럼 끈끈하니까 말이야.
 그리고 이 고글, 아까까지도 계속 생각하고 있었어. 타이키 상의 고글. 이건 디지털 월드에 이미 몇번 가봤던 거니까. 힘들 때마다 계속 생각해. 타이키 상을, 이 고글에 담긴 많은 역경들을 말이야. 내가 이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딛을 수 있는 것도, 그 의지 때문일 지도 몰라. 내 앞을 막는 것들을, 훌쩍 뛰어넘길 수 있는 용기. 그게 내가 생각하는 의미라도 해도 될까.
 뭐, 나는 이렇게 지내고 있어. 너는 어때? 나랑 너는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는데. 네가 생각하는 의미는 뭐야? 알려주지 않을래?


디지몬 전력 60분, 7월 18일, 12주차, 주제 「키무라 코이치木村 輝一(선우윤)」「화환

전문: http://diamondpotion.tistory.com/6



디지몬 전력 60분, 7월 25일, 13주차, 주제 「디지타마」「장미」중 전자


"이 디지타마들은 하루에 몇번이든지 쓰다듬어야 해. 안 그러면 깨어나는 시간이 엄청나게 늦는다고. 어떤 알은 깜박하고 잊어버렸다니 몇십년? 아니 몇천년인가... 하여튼 그 시간동안 깨어나지 못한 디지몬도 있었어. 그건 왜 물어봐?"
 "그냥,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해서."
 에레키몬은 붉은 색 줄무늬를 한 디지타마를 들고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그 디지타마가 꿈틀대자 에레키몬은 다른 디지타마를 들었습니다. 그 앞에 있는 한 소년은 에레키몬이 내려놓은 디지타마를 들었습니다. 손에서 꿈틀대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 하나의 생명이, 이미 죽었던 생명이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였습니다.
 "너... 아주 예전에 와 본 적 있잖아. 저 파타몬이랑 같이. 그때는 좀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그랬긴 했지만 나 그렇게 나쁜 사, 아니 디지몬은 아니라고! 근데 여기는 왜 또 온 거야?"
 "뭐... 옛날 생각도 나서. 사실은 뭘 쓸 게 있어서 왔어."
 "하여튼... 인간 녀석들은 뭔가를 쓴다고 곳곳을 돌아다닌다니까. 디지몬들은 뭔가를 기록하려고 하지 않아. 어차피 데이터는 남아있으니까 그럴 필요도 없어. 뭐 너희같이 뭐 죽는 걸 기록할 필요도 없어. 모든 디지몬은 이곳으로 다 돌아오게 되니까."
 소년은 주위를 가득 채운 디지타마들을 보았습니다. 제각각의 색깔을 가지고 새로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어쩌면 그 디지타마들 각각이 하나의 묘비일지도 모릅니다. 죽은 디지몬들이 남기는 흔적 같은 거일지도 몰랐습니다.
 "어쩌면... 여기는 묘지일 지도 모르네."
 "아니, 요람이라고 해야지. 이 세계에는 '묘지'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다고. 단지 모든 건 여기로 돌아오는 거야. 나도 죽으면, 디지타마로 다시 태어나서 여기에서 새로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겠지."
 소년은 생각했습니다. 파타몬이 디지타마가 되었을 때를요. 디지타마를 끌어안고 펑펑 울었었지요. 그때는 파타몬이 그저 죽은 줄만 알았습니다. 그 슬픈 감정은 가슴에 깊히 박혀 끊임없이 마음을 괴롭게 했습니다. 디지몬은 끊임없이 순환한다는 것을, 죽지 않는다는 것을, 슬퍼할 필요가 없음을 알고는 있지만 쉽게 그 감정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영원히 가슴 속에 간직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소년은 생각했습니다.
 에레키몬은 디지타마를 쓰다듬다가, 다시 소년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근데 너 이름이 뭐였지... 타케루였나... 그래, 타케루! 뭔가 지금 얼굴이 떨떠름한 거 같은데? 내가 말을 제대로 안 했다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야. 다만..."
 "다만, 뭐."
 "그냥... "
 타케루는 말끝을 흐렸습니다. 에레키몬은 타케루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제대로 말을 안 한 것 같네. 사실, 이곳에서도 죽는 건 있어. 뭐 너도 알 것 같아서 일부러 말은 안 했는데."
 "뭔데."
 "디지몬이 죽을 때 데이터가 보존되는데 이상하게 그 디지몬의 기억 데이터는 소멸해 버린다고 들은 적이 있어. 근데 그것도 아닌 것 같아. 예전에 어떤 아이의 파트너 디지몬은 안 그랬거든.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디지몬에게 기억이라는 거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거라서 그런 지도 몰라. 다만..."
 에레키몬은 갑자기 말을 흐렸습니다. 평소에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던 에레키몬도 이번만큼은 생각을 해야만 했나 봅니다. 에레키몬은 조용히 말했습니다.
 "다만, 파트너가 있는 디지몬은, 함께 한 시간이 많을수록 기억을 잃지 않은 적이 많았어."



디지몬 전력 60분, 8월 22일, 18주차, 주제 「디지털 월드」「고양이 귀」중 전자


'Scribble > Drabble'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년 5월 트위터 로그  (0) 2016.06.08
2016년 1, 2월 트위터 로그  (0) 2016.04.10
2015년 10~12월 로그  (0) 2015.12.15
2015년 9월 트위터 로그  (0) 2015.10.07
2015년 5, 6, 7, 8월 트위터 로그  (0) 2015.08.22
Posted by 금강포션
|